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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림의 귀환ㅣ로버트 케이건ㅣ거의 충격에 가까운 책

기로기 2022. 4. 27. 22:12

이례적으로 드문 평화의 시대에 태어나 평화를 디폴트값으로만 알고 당연한 것으로 여긴 나에게는 충격에 가까운 책이었다. 그리고 지정학에 대해서는 일자무식이었는데 물꼬를 잘 틔워준 책이기도 하다. 앞으로 지정학도 조금씩 공부해나갈 생각이다.



8)오늘날, 자유 진영 자체를 비롯해 세계 도처에서 독재가 부활하고 있다. 자유주의자들의 기대와는 달리 독재자들은 억압적인 정부와 딱히 양립 불가능할 필요가 없는, 국가 주도 자본주의을 실행할 방법을 터득했다. 한때 많은 이들이 지경학(geoeconomics)이 지정학(geopolitics)을 대체했다고 생각했지만, 오늘날 세계는 19세기 말과 20세기처럼 지정학으로 귀환하고 있다. 한때 시대착오적이라고 간주되었던 영토에 대한 야욕이 유럽으로 되돌아왔고 아시아에도 돌아올 조짐을 보이고 있다.

47)영국이 지탱해왔던 기존의 자유주의 질서는 사라졌다. 따라서 세계는 무질서로 빠져들든가, 미국의 국익과 원칙에 적대적인 나라들의 지배을 받든가 둘 중 하나였다. 유일한 대안은 미국이 직접 새로운 자유주의 질서를 구축하고 방어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길뿐이었다. … 1919년에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그러한 역할을 달가워하지 않았고 … 그러나 진주만 공격을 받은 후 대부분의 미국인들이 세계를 보는 관점이 달라졌다.

63)돌이켜보면 국제사회에서 전후에 일어난 가장 중요한 혁명은 미국과 소련이 새롭게 대치하게 된 냉전이라는 사건이 아니라, 독일과 일본이 야심만만하고 독재적인 군사강대국에서 평화롭고 민주적인 경제대국으로 서서히 변신한 사건이다.

143)우리는 러시아의 보통 사람들이 초강대국의 지위를 자유롭고 안전하고 보다 풍요로운 삶과 기꺼이 맞바꿨으리라고 믿고 싶어 한다. 이는 근대화된 자유주의 성향의 우리가 지닌 믿음의 일환이다. 그러나 러시아 국민이 자국의 위대함을 회복하려는 욕망은 냉전 이후 러시아 정치에서 중요한 요인으로 드러났다.

147)러시아가 과거에 세계무대에서 행사했던 영향력을 되찾으려면 자유주의 질서는 약화되고 무너져야 한다. 그런 세상에서 러시아는 위대함을 회복할 절호의 기회뿐만 아니라 푸틴의 개인적 야망을 달성할 기회도 얻게 된다. 그런 세상은 강력한 통치를 정당화하고 그런 지도자가 필요하다. 러시아 역사에서, 특히 20세기 역사에서, 국가의 안보 불안 혹은 안보가 불안하다는 인식은 강력하고 억압적인 정부를 정당화했다.

149)자유주의 세계질서가 국제 평화에 가장 크게 기여한 바는 강대국들의 이익 권역을 해체하고 거부했다는 사실이다. 그러한 권역을 다시 인정하고 수용하기 시작하면 역사의 패턴으로 되돌아가는 퇴행의 한 걸음을 크게 내딛는 셈이다.

159)이러한 전쟁들은 국가주의의 부상과 세계적인 정세불안과 19세기에 존재했던 세계질서가 무너진 결과였다. 그러한 여건들이 다시 조성되고 있다.

170)시리아에서 유입된 수백 만 명의 난민이 유럽 전역에서 국가주의, 초국가주의, 심지어 노골적으로 파시스트 성향인 정당들의 인기가 상승하는 데 그 어떤 요인보다도 큰 기여를 했다. 시리아 위기가 야기한 유럽의 난민 위기는 자유주의 세계질서의 심장부에서 민주적 제도들을 뒤흔들었다.

173)오바마의 두 차례 임기 동안 전 세계 동맹국들은 미국의 안보 보장을 과거보다 신뢰할 수 있을지 의심하게 되었고, 러시아와 중국은 그들 나름의 방식으로 점점 더 효과적으로 자유주의 질서를 훼손했다. … 트럼프는 노골적으로 자유주의 세계질서라는 계약의 일부인 미국의 책임 이행을 거부했다.

186)히틀러나 스탈린 같은 이가 완전히 통제 불가능한 위협으로 부상할 때까지 우리는 우리들 사이에 숨어 있는 히틀러나 스탈린을 알아보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194)사람들은 늘 자유를 갈망하고 이러한 보편적인 갈망은 다른 모든 욕망들보다 우선한다는 우리의 믿음은 인간의 경험을 제대로 묘사하지 못한다. 사람들은 질서와 안전도 추구하고 이를 제공해줄 강력한 지도자를 환영할지 모른다. 설사 그 지도자가 온갖 권리와 자유를 모두 허락하지 않는다고 해도. 고난의 시기에, 그리고 언제든, 사람들은 자기들 가운데 섞여 있는 ‘다른 이들’에 대한 분노와 앙심, 두려움과 증오를 분출할 배출구를 찾는다.

198)미국은 전후시대부터 탈냉전시대 초기까지 유럽과의 관계를 규정해온, 심도 있게 관여하는 정책으로 되돌아가야 한다. … 미국은 유럽 정부들과도 협력해 유럽에서 민주정체가 후퇴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 미국은 무역과 국제기구와 관련해 자유주의 계약으로 되돌아가야 한다. 미국이 가까운 동맹국을 상대로 ‘이길’ 방법을 모색한다면 자유주의 세계질서는 훼손된다. … 미국은 전쟁의 억제가 전쟁의 수행보다 훨씬 대가를 적게 치른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204)미국은 좋거나 나쁜 두 가지 선택지가 아니라 나쁘거나 한층 더 나쁜 두 가지 선택지에 직면하고 있다. 자유주의 세계질서를 유지하고 그에 따라 치러야 하는 모든 도덕적, 물질적 대가를 받아들이든가, 자유주의 세계질서가 붕괴되도록 내버려두고 이에 필연적으로 뒤따를 재앙을 불러들이든가 양자택일해야 하는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