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번의 일ㅣ김혜진ㅣ나에게 회사란, 일이란 무엇일까

일에 대한 고민으로 가득한 이 시점에 이 책을 읽게 되어 마음이... 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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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특별히 회사에 대해, 회사에서 보낸 시간에 대해 어떤 의미라는 걸 부여해본 적이 없었다. 그에게 일은 숨을 쉬고 밥을 먹는 것처럼 자주 잊게 되는 어떤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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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지켜야 할 것들에만 충실한 삶.

그가 보는 건 그런 자신의 삶이 누군가에겐 너무나 차갑고 혹독했을지도 모른다는 깨달음일지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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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그에게 회사는 시간을 나눠 가지고 추억과 기억을 공유한 분명한 어떤 실체에 가까웠다. 그의 하루이자 일상이었고 삶이라고 불러도 좋았다. 친구이자 동료였고 가족이었으며 또 다른 자신이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었다. 자신의 일부이자 전부였던 것. 그는 잠에서 깨어나듯 가볍게 머리를 흔들었다. 순진하고 어리석었다는 생각이 들었고 지금 이 순간까지도 그런 생각을 완전히 버리지 못하는 스스로가 한심했다. 그의 생각은 스스로를 여기까지 밀어붙인 게 바로 자신이라는 결론에까지 이르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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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만에 그것이 바닥에 내리꽂히는 소리가 저 아래로부터 솟구쳤다. 그 순간 어쩌면 이런 식으로 아주 오랫동안 이 일을 계속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그는 했다. 정말이지 이런 식으로. 그동안 자신이 세워 올린 것들을 무너뜨리면서. 이 일을 길게, 아주 길게 이어갈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그는 하고 있었다.

 

최초작성일 : 2020. 2.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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