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기록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ㅣ무라카미 하루키

기로기 2021. 10. 4. 17:46

정말 오랜만에 읽은 소설책

어떤 소설에서든 주인공에게서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것 같다
쓰쿠루는 학창시절 친하던 친구 그룹에게서 배신을 겪고.. 그 친구들과 소원해지고..
어른이 되고 마음을 준 여자에게 자신이 아닌 다른 남자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자기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인간과 세계에 대한 고민과 탐구.. 앞으로도 살아가면서 내가 계속 해나갈 것이 아닐까



(하단 스포일러 주의)





소설은 사라와 만나기 전날 밤에서 끝이 나기 때문에 사라가 쓰쿠루를 택할지 다른 남자를 택할지 알 수 없다. 근데 어느 쪽을 택하든 그게 그렇게 중요할까? 쓰쿠루가 사라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둘이 어떤 만남과 감정을 가져왔는지는 달라지지 않을 것이고 실존했던 일이며..
색채가 있는 이름을 가진 네 명과 없는 이름을 가진 쓰쿠루가 그때 시로의 일이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미묘하게 균열하여 예전과 같아지지 않았을 것처럼, 쓰쿠루와 사라의 관계도 마찬가지일지 모른다.. 물론 사라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둘 사이에 더 많은 추억과 더 많은 무언가를 공유할 수도 있게 되겠지만.. 결국 일어날 일은 일어난다는 것..




사람은 매일 움직이고 나날이 위치를 바꾸어간다. 다음에 무슨 일이 어떻게 일어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녀에게는 그녀의 인생이 있다. 쓰쿠루에게 쓰쿠루의 인생이 있는 것처럼. 그녀에게는 좋아하는 상대와 좋아하는 곳으로 가서 좋아하는 일을 할 권리가 있다.

겨울은 길지만 그만큼 책을 읽을 수 있어. 이러다 언젠가는 뭔가를 쓰고 싶어질지도 몰라.

사람의 마음과 사람의 마음은 조화만으로 이어진 것이 아니다. 오히려 상처와 상처로 깊이 연결된 것이다. 아픔과 아픔으로 나약함과 나약함으로 이어진다. 비통한 절규를 내포하지 않은 고요는 없으며 땅 위에 피 흘리지 않는 용서는 없고 가슴 아픈 상실을 통과하지 않는 수용은 없다. 그것이 진정한 조화의 근저에 있는 것이다.

아무리 정직하게 가슴을 연다 해도 입 밖에 내서는 안 될 말이 있다.

그런 최고의 행복이 영원히 계속될 수는 없다. 낙원은 언젠가는 사라지는 것이다.

모든 것이 시간의 흐름에 휩쓸려 사라져 버리지는 않아. 우리는 그때 뭔가를 강하게 믿었고, 뭔가를 강하게 믿을 수 있는 자기 자신을 가졌어. 그런 마음이 그냥 어딘가로 허망하게 사라져 버리지는 않아.


최초작성일 : 2017. 3.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