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기록

자기 앞의 생ㅣ에밀 아자르ㅣ뜨거운 눈물이 흘렀다

기로기 2021. 10. 29. 09:26

재치있는 표현이 아주 많이 나온다. 제목만 보고는 인생에 대한 에세이인 줄 알았다. 소설이다. 그리고 내가 느끼기엔 페미니즘적이다.

어른과 어른이, 부자와 가난뱅이, 백인과 유색인종, 엄마 아빠와 사는 아이와 그렇지 않은 아이, 남자와 여자, 서로 다른 종교 등 세상의 여러 문제를 어린 아이의 눈으로 다룬다. 그 어린아이는 혼수상태에 빠진 로자 아줌마와 살면서 정신이상으로 엄마를 죽인 아버지를 뒀다는 것을 14살에 알게 되는 (게다가 그때까지 자신의 나이가 10살인 줄 알았던), 엄마를 한번도 만나본 적이 없는 불쌍한 모모..

300쪽 정도의 분량인데 로자 아줌마가 죽음에 가까워지는 후반 몇 십 쪽에서 계속 눈물이 나왔다. 내 개인적인 경험이 떠오르기도 하고.. 너무 비극적이고 슬퍼서.. 생로병사라는 자연의 법칙이 야속해서..

빌어먹을 세상에서 살아가기 위해 사랑해야 한다




완전히 희거나 검은 것은 없단다. 흰색은 흔히 그 안에 검은색을 숨기고 있고, 검은색은 흰색을 포함하고 있는 거지. 오래 산 경험에서 나온 말이란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희망이란 것에는 항상 대단한 힘이 있다. 로자 아줌마나 하밀 할아버지 같은 노인들에게조차도 그것은 큰 힘이 된다. 미칠 노릇이다

시간은 세상의 어느 것보다도 늙었으므로 걸음걸이가 너무 느렸다

하밀 할아버지는 말이야말로 사람을 죽이지 않고도 뭐든지 다 할 수 있는 것이라고 했는데, 나중에 다시 생각해봐야겠다. 말이 세상에서 가장 강한 것이라고 했다

“모하메드야, 오십 년 전에 내가 로자 부인을 만났더라면 결혼했을지도 모르겠구나.”
“그때 결혼했으면 오십 년 동안 서로 미워하게 됐을 거예요. 그렇지만 지금 결혼하면 서로 잘 볼 수도 없고, 미워할 시간도 없잖아요.”

그들에게 얘기를 하고 나니 기분이 좀 나아졌다. 끔찍했던 일들도, 일단 입 밖에 내고 나면 별게 아닌 것이 되는 법이다

나는 그들을 즐겁게 해주기 위해, 나와 함께 있으면 재미있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왜 세상에는 못생기고 가난하고 늙은데다가 병까지 든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런 나쁜 것은 하나도 가지지 않은 사람이 있는지 모르겠어요. 너무 불공평하잖아요

“무서워.....”
“그게 바로 살아있다는 증거잖아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녀는 무척 아름다웠던 것 같다. 아름답다는 것은 우리가 누구를 어떻게 생각하는가에 달려 있는 것이다

더이상 살아갈 능력도 없고 살고 싶지도 않은 사람의 목구멍에 억지로 생을 처넣는 것보다 더 구역질나는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녀는 이제 숨을 쉬지 않았지만, 그런 건 상관없었다. 숨을 쉬지 않아도 그녀를 사랑했으니까

사람은 사랑할 사람 없이는 살 수 없다

나는 로자 아줌마를 사랑했고, 계속 그녀가 그리울 것이다

 

 

최초작성일 : 2018. 4.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