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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기록

우리는 조금 더 다정해도 됩니다ㅣ김민섭ㅣ다정함에 기대어

by 기로기 2025. 9. 5.

'다정함'이라는 주제에 관심이 있기도 하고 출판사가 어크로스이기도 하고 몇 달 전부터 여기저기서 잘 보이던 책이라 존재를 인지는 하고 있었는데 당장 읽어야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그런데 친구가 읽어봤다기에 바로 읽어보았다. 

책을 읽다 보니 꽤 인지도가 있는 작가인 것 같은데 나는 이번에 처음 알았다.

 

지난 몇 년 동안 친구랑 대화 나눴던 주제들이 여러 가지 있었다.

 

예를 들면,

- 서점에서 오염되거나 구겨진 책을 출판사로 반품시켜 손실을 출판사에게 전가하는 문제 (그래서 작가이자 출판사 대표이자 책방 운영자인 저자는 서점에서 책을 구매할 때 일부러 깨끗하지 않은 책을 산다고..)

- 세대주가 당연히 남자일 것이라 가정한 '요즘' 공문서 (결혼식에서 사회자가 신부를 소개할 땐 그런 말을 안 했는데 신랑을 소개하면서 '가장이 된'이라고 몇 번을 말하길래 혼주랑 합의된 멘트가 맞나, 결혼하면 자동으로 왜 남자가 가장이 되는 건가 생각했었음)

- 대학에서 '교수님'이라 불리지만 맥도날드에서 아르바이트하는 심정 (60대 중반이 넘어보이는 할아버지가 버거킹에서 일하는 모습을 봤을 때 안쓰럽기도 하고 대단하기도 한 감정을 느꼈었던 때가 생각남)

- 청소년에게는 욕설이나 자위가 나오는 소설을 읽게 하면 안 된다는 주장에 대한 생각 (한강 작가의 작품을 둘러싸고 청소년 유해소설 논란이 있었던 일이 떠오름)

- 한국에서 계속 살지 외국으로 떠날지에 대한 고민 (나도 한동안 계속 생각해온 주제인데, 지상에 낙원은 없다)

 

친구가 이 작가와 결이 안 맞는 것 같다고 했는데 어떤 부분이었는지 궁금하다. 

'이름이 예뻐서' 이더리움을 사본 일화를 얘기할 때 코인 투자에 대한 이해도가 없으면서 나쁘게 표현(이상한 환차익)한 부분에 대해서는 아쉬웠다. 항공권을 양도해준 동명이인으로 인연을 맺은 분이 그린피스에서 봉사활동을 하다가 배우자를 만났다고 하자 어느 기업에서 연봉을 얼마나 받고 있다는 말보다 훨씬 더 잘 살아왔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는 표현도. 그밖에도 사람이 자기자신을 위해 열심히 사는 것을 그저 이기심으로 좀 폄하하는 듯한 느낌도 받긴 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내가 손해 좀 보더라도, 너무 이기적으로 굴지 말고, 돈만 최고라고 하지 말고, 타인에게 다정하게, 이타심을 생각하면서, 각자 살고 싶은 대로 살자'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것 같은데 내 친구에게 어떤 점이 별로였을까?

 

아는 사람에게도 모르는 사람에게도 다정하고 싶다. 정말 쉽지 않다. 다정함을 다짐한다.

 

 

지금과 같은 '읽는 서점'으로 존재하려면 그에 따른 부담과 책임은 서점 스스로 짊어져야 하겠다. 열람용 책을 따로 구매해서 둔다든가, 큐레이션을 강화해 선택의 고민을 줄여준다든가, 책의 훼손 비용을 함께 부담한다든가, 하는 당연한 노력이 필요하다. 고급 원목 책상을 두는 것보다 선행되어야 할 일이다. (서점에서 새 책을 망가뜨리고 배상하지 않는 것도 이상한데 그걸 출판사가 100% 부담해야 된다는 게 진짜 이상하지 않다고..?)

 

사람은 어떻게 사람의 가치를 지킬 수 있을 것인가. ... 그건 정확히 '다정한 선택'이다. 이제는 다정함을 기반으로 사유할 수 있는 사람들이 필요해질 것이다. 다정함을 기반으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사람들도 필요해질 것이다. 기계를 사람을 위해 다정하게 활용하는 일이 중요해질 것이다. 결국 다정함이라는 가치가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해진 시대가 이미 오고 있다. 이 책을 읽는 당신과 나는 좀 덜 다정해도 잘 살아올 수 있었다. 나만 잘되어도 괜찮고, 우리가 먼저 잘되어야만 하고, 그러지 않으면 손해 본다는 것이 우리 시대의 욕망이었다. 그러나 다음 세대는 다를 것이다. 그들에게 다정함이란 가치의 영역이 아니라 지능의 영역이 될 것이다. (이렇게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