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기록/여성

82년생 김지영ㅣ조남주ㅣ열풍이었던 그 책

기로기 2021. 10. 14. 09:51

여자들이 왜 이 책에 대해 얘기할 수밖에 없는지 알겠다. 왜 지금 뜨거운 책일 수밖에 없는지 알겠다. 이 책이 세상에 나왔는데 아무도 관심을 주지 않은 게 아니라서 다행이다

과하다 싶은 부분도 일부 있었지만 (그럼에도 그 또한 누군가는 분명 겪은 일이겠지)
나도 공감가는 부분이 많았다
어렸을 때부터, 학교생활에서, 직장인으로서...
내가 직접 겪은 것, 내 주변 사람들이 겪은 것, 뉴스에 나온 것...
그리고 내가 겪어보지 않은 결혼생활에 대해서는
이게 내가 겪어야만 하는 일이라면
나는 저렇게는 못 살 것 같다는 생각이 치밀어 올랐다

이 책의 모든 에피소드를 대한민국의 모든 여자가 겪진 않았겠지만
그러니까 한 여성에게 이 모든 일이 일어났다고 보긴 힘들 수도 있지만
그랬다고 해도 이상할 것 없는 다큐 같은 소설이다

직장 생활에 있어서는 임산부로서
"주어진 권리와 혜택을 잘 챙기면 날로 먹는 사람이 되고, 날로 먹지 않으려 악착같이 일하면 비슷한 처지에 놓인 동료들을 힘들게 만드는 딜레마"라는 구절이 와닿았고 슬펐다

전업주부가 된 후, 김지영 씨는 '살림'에 대한 사람들의 태도가 이중적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았다. 때로는 '집에서 논다'고 난이도를 후려 깎고, 때로는 '사람을 살리는 일'이라고 떠받들면서 좀처럼 비용으로 환산하려 하지 않는다. 값이 매겨지는 순간, 누군가는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겠지. (내가 가사노동을 싫어하는 이유는 가사노동을 할 줄 몰라서가 아니라 그 시간을 가사노동에 쓰는 만큼의 아웃풋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어떤 경제적 보상도 주어지지 않고 어떤 정신적 발전도 없는 '버리는 시간'이 되는 것만 같아서... 그런 생각이 드는 건 내가 목표지향적인 사람이라서이기도 하겠지만 결국 이런 사회적 인식에서 온 것 아닐까)


※ 하단 스포주의



엔딩 2016년이 킬링 파트다
이 책의 화자가 김지영을 진단한 40대 남자 정신과 의사로 나오는데, 김지영을 다 이해하는 것처럼, 왜냐면 자기 아내가 그런 일을 겪었으니, 그러나 결말은 정작 전혀 달라지는 것 없는, '고상하게 예쁘고 옷차림도 단정하게 귀여운' 여자 직원이 임신해서 그만두게 되니 다음 직원은 미혼으로 뽑아야겠다는, 끔찍한 현실을 보여준다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 사회가 달라졌으면 좋겠다.. 여권이 신장되었으면 좋겠다...

영화가 기다려진다...


최초작성일 : 2017. 7. 30.